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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잘 나가는 전북? 잘 사는 전북!

 

정부의 내각 인사가 한창이다. 한 명 한 명 발표가 날 때마다 지역 언론들도 덩달아 전북 인사들은 몇 명이고 타 지역 인사들은 몇 명이냐를 큼지막한 타이틀로 뽑으며 도민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무장관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간의 서러움이 기사의 행간마다 절절히 묻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각의 빈자리가 채워질 때마다 청와대의 입에 전북의 모든 눈이 쏠린다.

 

어느 정부에서 특정지역이 소위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느냐를 얘기할 땐 대개 인사, 예산 그리고 사업을 따져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가히 ‘TK천하였다. MB정부는 인수위와 비서진 110명 중 절반을 TK출신 28명을 포함한 영남 출신으로 채웠다. 반면 호남 출신들은 전남·북을 합해야 TK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근혜 정부는 초반에 영·호남 비서진을 대등하게 구성하며 균형 있게 출발하는가 싶더니 집권 후반기에는 노골적으로 정부 주요 요직에서 호남 인사들을 배제하고 TK출신을 중용됐다.

 

예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별 보조금이라 할 수 있는 지역발전특별회계의 배분현황을 보면, 지난 9년간 지특 전체는 21% 증가한 반면, 대구와 경북은 각각 57%, 30%가 증가했다. 전북이 5% 증가에 그치고 전남은 오히려 감소한 것에 비춰보면 두 정부의 TK사랑은 수치로도 금방 드러난다.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MB정부 이후 KTX 포항 직결선 개통을 비롯해 각종 굵직굵직한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경북에 집중됐다. TK에 대한 MB의 인심이 너무 과도했던 나머지 박근혜 정부 역시 대구권 광역철도망 구축사업을 비롯해 조 단위의 사업들을 몰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MB시절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호남 시민들이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렇다면 TK지역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입한 지특회계에서 지난 9년 간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서울과 경기였다. 그린벨트 해제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수도권 완화 정책은 더 가속화되었고, 지방재정은 더 열악해졌다. TK에 퍼다 준 선심성 예산 역시 대부분 SOC에 치중된 나머지 시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TK출신의 인사 독점이 중앙정부에 예속된 지방시민들의 헛헛한 배를 채워주진 못했다. 그마저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호남 시민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콘크리트 예산과 간판성 인사의 한계는 분명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일이다.

 

소위 전북이 잘 나가면도민들도 잘 살게되는 것일까? 국가예산확보의 최고기록을 매년 갈아치우고, 전북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장차관을 접수하면 전북 도민들은 그 만큼 행복해질까? 도민들의 삶은 좀 넉넉해질까? 이것은 사실 필자가 전북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후 10년 간 던져 온 질문이다. 도내 인구는 수도권으로 계속 유출되고 내수 침체와 취약한 생산력으로 도민들의 삶은 계속 피폐해져 가는데, 다리 하나 더 놓고 장관 하나 더 나온다고 해서 목전에 위태로운 삶이 구제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인사든 사업이든 예산이든 그 무엇이든 전북인의 자존심도 높이고 실질적인 도민들의 삶도 개선할 수 있어야 잘 나가는 전북이 곧 잘 사는 전북이 되는 것 아닌가. 구색을 갖추는 것에만 매몰되는 것은 자칫 그것만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면피를 주는 빌미만 될 뿐이다. 모처럼 물때를 만난 전북이 제 몫을 제대로 찾아오려면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