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레스센터/칼럼/기고

[전북도민일보] 진짜 교체, 전북에서부터 시작하자

4월 재보궐선거 결과가 심상치 않다. 국회의원 선거구 한 곳과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등까지 합쳐 총 30개의 선거구에서 치러졌던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12곳의 승리를 거뒀다. 탄핵 이후 대부분 스러졌다고 여겼던 수구세력이 여전히 건재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꼬리를 드러낸 이 수구세력들의 표심은 지금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다행히도 이는 그리 어려운 숨은그림찾기는 아니다. 지난 4월 초,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며 본격적인 양강구도를 촉발시킨 여론조사가 처음 나왔다. 그날은 우리당 최종 후보가 확정되기 하루 전날. 하루 사이에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었던 안희정 지사의 패색이 짙어진 시점이었다. 그것은 갈 곳 잃은 보수층에 대한 일종의 이정표이자 시그널이었다. 그 무렵 보수언론들도 안 후보의 목소리까지 칭송하며 일제히 안철수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3월 중순 황교안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홍준표 지사의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둥지를 찾지 못했던 보수 지지층이 안희정 후보마저도 희망이 없자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고 나선 것이었다. 보수 내부에서도 ‘최악보다는 차악’이라는 명분으로 안철수 정권만 탄생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 후보 역시 보수층의 지지가 눈에 띄게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업이 무슨 죄냐며 지금까지 재벌들의 나라를 만들어 온 친기업 정책을 재천명했고, 상속·증여세 인상 반대, 개성공단 재가동 현실적 불가 입장 등을 밝히며 보수층을 향한 적극적 구애에 나섰다. 특히 문 후보와 정반대의 대립각을 세운 재정축소 정책 기조는 사실상 작은 정부를 취하겠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리한 싸움을 해 왔던 쪽에서는 절망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통해 불합리와 불공정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할 이 시점에 시장 우위를 내세워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키겠다는 것은 사실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집권 이후다.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국민들이 주가 되어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 같은 중도 및 합리적 보수 세력을 안고 가게 되겠지만, 국민의당이 집권을 하게 된다면 어떤 세력이 주를 이루고, 어떤 정책 기조가 중심이 될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벌써 보수 언론들은 안 후보에게 자신을 지지해 주는 보수 우익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공약들에 있어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안 후보로서는 끝까지 외면하기 어려운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암컷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밀어내고 자기 알을 낳는 이유는 내가 품을 때보다 남이 품을 때 부화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새보다 일찍 부화하는 뻐꾸기 새끼는 둥지 안에 남아있던 다른 알들까지 모조리 밀어내고 남의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독차지한다. 이것이 탁란을 하는 뻐꾸기의 생존방법이다. 결국 남의 알을 품다가 자기 새끼까지 잃어버리게 된 어미 새는 내가 이러려고 먹을 것도 못 먹고 둥지를 지키며 알을 품었나 싶어서 가슴이 아플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짜 교체와 가짜 교체를 반드시 가려내야 하는 이유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는 다시 전북 민심이다. 문이냐 안이냐의 대결구도는 결국 호남 민심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향민을 포함한 전북 도민은 500만, 인구 비율로는 거의 10%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전북의 시간’이 왔다는 뜻이다. 촛불민심이 겨우내 칼바람에 맞서며 염원했던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떤 것인지, 독재정권 이후 기지개 한번 제대로 켜지 못하고 소외된 그늘 아래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전북이 열망했던 정권교체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가려내야 한다. 진짜 교체, 전북에서부터 진짜 한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