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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



이제 헌재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만일 헌재가 인용결정을 내린다면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국민에 의해 탄핵당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 자신에게도 불명예스러운 일이겠지만,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자신의 손으로 탄핵시켜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난 후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잘못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진심으로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면, 탄핵이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입을 열면 열수록 국민들의 분노는 곱절이 되었고 급기야 사건이 불거진 지 두 달도 채 안 돼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심판 과정 국민도 참담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무더기 증인신청을 반복하고, 마구잡이식 증거신청으로 시간을 끌며 재판을 방해했다. 그러는 사이 청와대에서 탄핵을 기각시킬 꼼수를 꾸미고 있다는 음모설도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변론을 종결지으려는 의지를 끝까지 꺾지 않자, 심판정 안팎으로 뭔가 다른 움직임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하야설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진원은 자유한국당이었다. 탄핵심판으로 인한 분열과 혼란이 극심하니 적당히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하야설을 인정하는 것은 곧 탄핵인용을 기정사실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당이 청와대와 교감 없이 벌인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통령으로서는 끝까지 마지막 탈출구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심판정 안에서도 급반전이 일어났다. 대리인단에 갑자기 한 원로 변호사가 투입되더니 탄핵절차가 위헌이라고 난리를 피웠다. 그건 양측 모두 일찌감치 적법하다고 인정한 문제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는 국회와 재판부를 싸잡아 비난하며 온갖 폭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태극기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탄핵은 사기라고 외쳐댔다. 변론이 아니라 선동이 목적인 듯했다. 그 무렵 서울시청 앞 태극기 세력들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은 80%선에서 꿈쩍하질 않는다는데 기이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이 돈을 받고 동원된 듯한 정황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태극기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집회에 앞장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점차 늘어났다. 오히려 탄핵인용을 기다리는 쪽은 여기가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결정이 내려진 바로 그 자리에서 이들은 탄핵각하에서 결정불복으로 구호만 바꾼 채 더 극렬한 불복운동에 돌입할 것이다. 이는 곧 이어질 대선정국에서 극우세력을 결집하는 핵이 될 것이고, 대선에 실패한다면 새롭게 들어선 정권을 흔드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이들의 모습이 섬뜩한 이유다.

 

헌재 결정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그러나 더 이상의 분열은 공멸이다. 다양한 가치와 서로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지만, 헌법적 질서조차 부정하는 파괴적 분열은 사회를 위협한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를 만난 것만으로 국민적 고통은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호소드린다. 대통령께서 조금이나마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면 헌재결정에 대한 공멸의 불복프레임을 거두시고 헌재의 정당성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 여당 역시 일말의 책임이라도 통감한다면, 분열을 위한 선동을 멈추고 갈등과 반목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여력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께 사죄하는 유일한 길임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