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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의정단상> 5월 9일, 새로운 역사의 첫 장을 열자

이제 모든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었다. 한 달 남짓 후면 드디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단순히 5년 임기의 대통령만 결정짓고 끝나는 선거가 아니다. 여느 때보다 7개월이나 앞당겨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이면에는탄핵이라는 국민들 절대 다수의 명령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대선에 앞서 촛불민심으로 분출된 국민적 요구를 다시금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된 지 21일 만에 전격 구속되었지만, 이것으로 탄핵이 남긴 숙제를 완성했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명박 정권에서부터 박근혜 정권까지의 지난 9년은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수십 년간 이어져 내려온 독재정권의 연장선이었다. 그리고 그 잠들지 않는 지배권력의 핵심에는 독립 이후 마땅히 청산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의 주요 요직들을 차지하며 정권의 근간을 장악해 온 친일수구세력들이 있었다.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서만 복무해 왔으며, 통치자로서의 법적 책임이나 도덕적 책무는커녕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내팽개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혹자는 이승만이나 박정희의 업적을 들어 그들의 과만큼이나 공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주의나 경제발전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대가이지 그들의 공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무고한 국민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생명과 자유를 탄압했으며, 국가폭력을 동원하여 재산을 강탈해 제멋대로 사유화했다. 이들 권력의 횡포와 전횡이 도를 넘을 때마다 국민들은 떨쳐 일어났으나 피 맺힌 저항에도 불구하고 4.19 혁명이 그랬고, 6월 항쟁이 그랬듯이 수구세력을 청산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은 번번이 좌절되었다.

 

비록 이번 촛불혁명이 이러한 역사적 상처들까지 모두 안아냈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번 탄핵은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수구세력들의 부패한 정경유착과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수구와 개혁의 대결이며, 불공정에 맞서는 정의와 야만의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는 이성이 살아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싸움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시대적 요구가 전북에도 절체절명의 기회라는 것이다. 수구세력이 정권을 차지했던 야만과 독재의 시대에서 호남은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고, 전북은 호남 안에서도 더 춥고 더 서러웠다. 전북이 여느 지역보다 개혁 요구가 높고 정권교체의 열망 또한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전북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 소외되어 온 전북의 존재를 인정하고 전북의 몫을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냉철하게 가려내 정권교체의 기수로 내세워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선을 통해 전북이 새로운 위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수십 년간 기득권을 유지하며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어 논 수구세력을 엄단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그리고 이로써 서러움과 핍박의 세월을 견뎌온 전북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는 것. 이것이 이번 대선의 본령이다. 59, 뜨겁던 광장의 염원을 담아 새로운 역사의 첫 장을 열자. 필자 역시 이러한 사명을 명심하고 촛불혁명이 남긴 숙제를 완성하는 그 날까지 필자에게 허락된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