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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3주가 넘었지만 논의조차 못한 채 6월 임시회가 끝이 났다. 이견이 있으면 토론하고 조정하면 될 일이지만, 논의조차 거부하겠다는 데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일자리 대통령을 뽑아 놓고도 일자리 추경을 못하고 있으니 제일 답답한 건 국민들이다. 어려운 살림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 가까스로 가게 하나를 차려놨는데 간판 떼라 의자 빼라 하는 통에 장사는커녕 문조차 못 열고 있으니 얼마나 애가 달겠는가. 배부른 주인 머슴 배고픈 줄 모른다고 했던가.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곤 하니 배부른 머슴 주인 배고픈 줄 모른다고 해야 할까 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추경을 거부하는 야당의 명목상 논리는 두 가지다. 추경 편성의 법적요건이 미비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데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 작성 이후 17년 만에 사상 최고치의 실업률을 갱신하며 청년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대량실업이라는 추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만일 이 주장을 관철하고 싶다면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수결손을 이유로 17조가 넘는 추경을 편성했던 법적 근가 무엇이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데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새로운 변화에 부응해야 할 국가의 역할을 간과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보육 및 방과 후 교육,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보호 등의 돌봄 서비스를 비롯해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소방분야, 각종 범죄로부터의 예방, 실업이나 빈곤에 대응하는 사회적 안전망 등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국민적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부분 종사자 수의 수준은 OECD국가들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권위주의 시대 권한만 행사하던 공무원에 대한 냉소적 정서에 편승해서 새로운 미래에 대비해야 할 국가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최악의 폐단이 아닐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정치권의 폐습이 전북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이후 도민들이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달려왔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전북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번 추경에는 일자리 예산은 물론 당장 시급한 지역 현안사업들과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농심을 조금이나마 적실 수 있는 가뭄 대책 예산까지 소복하게 실려 있다. 그러나 야당들의 당리당략이 얽히고설켜 앞뒤 재고 밀고 당기는 동안 정작 챙겨야 할 도끼자루는 뒷전에서 썩어가고 있다. 전북의 공약사업을 놓고도 화려한 포장만 취하려고 할 뿐 실속을 채우기 위해 발로 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산 실적 올리는 데에만 매몰된 채 전북 경제의 기둥산업 발굴과 도민들의 삶을 고민해야 할 지방정부의 구체적 노력이 눈에 띠지 않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는 이야기가 조선시대만의 얘기겠는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적 갑론을박은 아무리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국민들 눈엔 신선놀음으로 비춰질 뿐이다. 정치권이 한가로운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서민들 목전의 생계는 위기를 넘어 위협에 이르고 있다. 수십 년간 소외되어 온 전북의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언제까지 네 편 내 편 가르며 가라앉는 배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지금은 여든 야든 다 같이 팔 걷어붙이고 노를 저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