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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정치와 정책, 그 가려진 상관관계에 대해

19대의 국회의 첫 국정감사이자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문방위는 연이은 증인 출석 무산으로 일주일 넘는 파행을 계속했고, 환노위 역시 MBC 김재철 사장의 증인 출석 때문에 국감이 끝난 후 추가일정을 다시 잡아 놓은 상황이다. 법사위 역시 여야 간 증인 채택 문제가 끝끝내 협의되지 못했으며, 자료제출 문제로 법무부 국감의 파행을 빚기도 했다. 대립이 첨예했던 만큼 서로가 얻을 수 있는 교집합은 작았다.

국감이 끝나갈 때 즈음 되자 언론에서는 정쟁으로 점철된 국감이니 민생정책이 실종된 국감이니 하는 혹평을 쏟아냈다. 시민단체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국정감사에 낙제점수를 매겼다. 그 동안 나름 매서운 눈초리로 국감을 모니터링 해 왔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에는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우수의원을 아예 선정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평가를 대신했다.

 

5년 전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의 슬로건은 ‘경제를 살립시다’였다. 박근혜 후보와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그에 관한 의혹만도 이미 그의 도덕성을 땅 끝까지 떨어뜨리기에 충분했지만 국민들을 아낌없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97년 IMF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당선이 되자마자 거침없이 친기업 정책에 힘을 실었다. 대운하사업(나중에 4대강사업으로 탈바꿈한) 역시 747공약을 실현시켜 줄 기폭제라고 홍보했다.

이 때문에 지난 18대 국회 국정감사의 대부분은 4대강사업과 관련된 각종 위법행위와 정부의 친기업정책 노선에서 비롯된 재벌들의 노동조합 파괴행위, 영세업체들에 대한 공격적 약탈행위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묵인 또는 은폐 등등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법사위에서 줄곧 제기했던 대형마트 판결이나 기업의 노조탄압에 대한 사법부의 동조 문제는 바로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권력 실세와 그 측근을 비호하는 검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 역시 이 정권이 사정조직의 생리를 악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마땅한 반작용이었던 것이다. 정책은 정치의 현현인 만큼 잘못된 정치의 상처는 정책에서 드러났다.

 

이제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각 분야의 구체적인 공약들을 내 놓고 있다. 그 중에서 후보들이 여야 없이 힘주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대, 그리고 검찰개혁이다. 그 안의 실천방안은 제각기 다를지언정 이 세 가지 정책의 선언만으로도 이미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분명한 대척점에 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보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을 정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4대강사업에서 익히 목격했듯이 홍수예방사업이 홍수를 예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줄․푸․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여당 후보의 경제민주화와 한국형 복지정책이 또 어떤 형태로 둔갑할는지는 미지수다. 군사재판으로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목숨들을 거두어 간 유신시대가 상속해 줄 검찰개혁이란 것도 상상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5년 전 이명박 후보가 살리겠다는 경제가 서민의 경제일 것인지 재벌의 경제일 것인지 따져보지 못했던 뒤늦은 후회감이 겹쳐오는 지점이다. 정책을 보기에 앞서 정치인을 먼저 검증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정부 정책의 지난 성과에 대한 평가와 감시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그 정책의 최종적 책임을 져야할 정치인으로서의 대통령은 애석하게도 임기만료를 당장 코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적 오류가 반복될 것인지 개선될 것인지는 오로지 지금의 대선주자들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대선 정국 속 마지막 국감이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이 순도 높은 정쟁으로 비화하기까지에는 정책적 쟁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던 주요 언론들의 공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선 시민단체들이나 여타 언론들의 냉정한 평가에 대해서는 깊이 수긍한다. 정책을 실종시켰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더 많은 논거와 자료로 대선후보의 정체성을 보다 더 정밀하게 가늠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국감은 끝났으나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아울러 정책에서 혹여 미진한 점에 있어서도 남은 예산과 법안 심사에서 철저하게 걸러 낼 것이다.

누가 선거를 정치판이라고 폄하해 말하는가. 정치와 정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고 정치를 외면하는 순간 정책은 실종된다. 지금은 그 자명한 진리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