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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매일신문]선거일은 ‘법정공휴일’이 아니다 보통선거.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다. ‘보통’이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보통’이라는 말이 전면에 등장하기까지 ‘보통스럽지’ 못했던 전사가 행간에서 읽힌다. 그렇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1인 1표를 행사한다는 보통선거가 실시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귀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치참여가 자본가와 중산층에게, 다시 노동자와 소시민에게 그리고 여성에 이르는 ‘보통사람’ 모두에게까지 확대된 것은 불과 100년 안쪽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치적 지위 역시 그 만큼 향상되었을까? 여성의 정치참여율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는 3년째 거리에서 23번째의 희생자를 떠나보낸 쌍용차 사태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 더보기
[전북도민일보]정치와 정책, 그 가려진 상관관계에 대해 19대의 국회의 첫 국정감사이자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문방위는 연이은 증인 출석 무산으로 일주일 넘는 파행을 계속했고, 환노위 역시 MBC 김재철 사장의 증인 출석 때문에 국감이 끝난 후 추가일정을 다시 잡아 놓은 상황이다. 법사위 역시 여야 간 증인 채택 문제가 끝끝내 협의되지 못했으며, 자료제출 문제로 법무부 국감의 파행을 빚기도 했다. 대립이 첨예했던 만큼 서로가 얻을 수 있는 교집합은 작았다. 국감이 끝나갈 때 즈음 되자 언론에서는 정쟁으로 점철된 국감이니 민생정책이 실종된 국감이니 하는 혹평을 쏟아냈다. 시민단체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이번 국정감사에 낙제점수를 매겼다. 그 동안 나름 매서운 눈초리로 국감을 모니터링 해 왔던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에는 ‘역.. 더보기
[전북도민일보]포토라인, 위험하고 위력적인 7월 31일 오후 3시.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에 눈이 부셨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렇게 위압적으로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국정감사 때마다 수 없이 드나들었던 대검찰청 정문도 생경하게 느껴졌다. 급작스러운 출두였음에도 오늘 내일을 다투는 초미의 관심사여서 그랬는지 사진기자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나 이외에 변호인단 자격으로 몇 분이 더 함께 했다. 일행들을 뒤로 하고 박지원 대표가 중앙에 서자 카메라와 기자들은 더 아우성이었다. 이렇게 담긴 영상들은 그대로 그 날 사람들의 저녁 밥상 위에 보기 좋게 올려 질 것이었다. 실제 돈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검 앞 포토라인에 선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는 여론재판은 시작된다. 심리학 용어로 ‘부정성 효과’라는 것이.. 더보기
[전라일보]사법부, 추적자의 반전을 기대한다 “빵! 빵! 빵!” 근엄하고 정숙했던 법정에 연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다. 여고생을 살해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던 그 순간 피해자의 아버지는 법과 원칙이 실종된 법정에서 오로지 진실을 묻기 위해 스스로 검사가 되어 피고인에게 총구를 겨눠야 했다. 이것은 얼마 전 자체 내 최고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드라마 ‘추적자’의 첫 장면이다. 돈과 권력이 시키는 대로 조작된 증거와 강요된 증언으로 점철된 재판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됐던 히틀러의 기요틴과 다르지 않았다. 그 위에선 힘 있는 자의 명령과 힘없는 자의 복종만 있을 뿐 진위에 대한 입증이나 판단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수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과 자본의 탐욕적 폭력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논픽.. 더보기
[전북매일신문]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5공 청문회와 함께 유행했던 말들이다.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치러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도 이 매뉴얼을 차례로 돌려가며 기계적인 답변을 하고 있었다. 청문회장에서는 여야의 청문위원들이 교차로 질의를 하게 되어 있어 공수가 바뀔 때마다 후보자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이 파도처럼 일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의 수위가 정해지지만 그 당시 청문회만큼은 달랐다. 검찰총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끝에 자진 사퇴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퇴가 벌어졌다. 외형은 자진 사퇴였으나 내용은 막다른 골목에서 사퇴가 불가피했던 만큼 사실상 ‘낙마’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