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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칼럼/기고

[전북도민일보] 뭣이 더 중헌가

초기내각을 구성할 정부 각료들의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국민들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뜨겁다. 청문회 때마다 으레 단골메뉴로 따라나오는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논문표절과 같은 단어들도 여전히 등장하고는 있지만, 검증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적 여론의 결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10년 만에 여야 공수가 바뀌다 보니 속된 말로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의 불평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내각이니 하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던 이명박 정부 때나 수첩인사, 오기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을 돌이켜 보면 이해 못할 말도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5대 비리인사 배제의 원칙을 내세운 것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아무리 지금 마음이 급하고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가 야속하다 하더라도 과거 정부 인사 선례들에 견주어 이만하면 그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는 정도로 새로운 인사원칙의 기준을 삼을 수는 없다.

 


필자 역시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수십 차례의 청문회를 치르면서 우리 사회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지에 대해선 뼈저리게 느껴왔다. 오죽했으면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선 4대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조롱까지 나왔겠는가. 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지도자 계층의 부도덕함은 사회의 근간 자체를 병들게 한다. 공직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잣대를 더욱 엄격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이번 정부가 반드시 실현해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늘 이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완전무결한 도덕성과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마음껏 골라 쓸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까지 좋은 곳은 신선도 속에서나 흔한 풍경이다. 최선이 여의치 않다면 차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도덕성, 그리고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시간적 제약 등의 조건들을 고려하여 적정한 합의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강물에 떠내려간 고무신 하나를 찾겠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더욱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장이 정략적 공세를 위한 전쟁터가 되어선 곤란하다. 이번에 모 후보자 청문회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자를 반대했던 야당 의원들이 나중에 후보자를 따로 찾아가 별문제 아닌 건 알지만, 당의 입장 때문에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는 후문은 무엇을 위한 반대인지를 의심케 만든다.

 


앞으로 청와대의 사전검증 시스템은 더 강화되어야 하고 우리 사회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적 기준 역시 더 높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말 한마디로 산을 한꺼번에 옮길 수는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고위공직자의 인선기준을 마련하고 무엇보다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당의 자존심도, 야당의 존재감도 아니다. 팔짱을 풀고 손을 잡아야 반보 라도 함께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