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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매일신문]지금부터 시작이다

지난 16일 창당준비위의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양당의 통합절차가 가시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요일 아침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이후로 줄곧 숨 가쁜 일정이지만 정체돼 있던 야권에 모처럼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 같아 낯선 풍경이 싫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모진 진검승부를 원했던 필자로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통합정당이 이 역사적인 결단 이후 과연 무엇을 어떻게 구현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남다른 이유다.

 

3.2 야권의 통합, 이것은 분명 한국 정치사에 하나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비록 시기와 방법에 이론은 있을지언정 하나의 대의 아래 야권이 뜻을 모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야권의 지평과 외연을 넓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가능성을 잉태한 씨앗일 뿐이다. 이것으로 무엇을 열매 맺게 할 것인가는 이제부터에 달려 있다.

 

흔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관계를 두고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하고는 한다. 60년을 넘게 야권의 맏형 역할을 해 온 민주당과 아직 창당도 하지 않은 새정치연합은 전국적인 조직세로 보나 국회 내 의석수로 보나 동등하게 견주기 어려운 상대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5대5 원칙에 당대당 통합을 받아들였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지분분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던 국민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혁신 요구를 거두절미하고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지킬 것 다 지키면서 의지만 가지고 있다고 정치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형제 간에도 형이 더 많이 베풀어야 우애가 돈독하고 노사 간에도 고용주가 더 많이 베풀어야 화합이 이뤄지듯이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이 내어주어야 화학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단순히 통합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만 누리려는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이 먼저 감수하고 더 많이 무릅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북은 안철수 현상 바람이 불었을 때 호남에서도 안철수 신당 쪽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왔던 지역이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 마다 전북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줬다. 민주당으로서 뼈아픈 일이었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를 당을 혁신하고 당내에서 전북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북정치권은 뜻하지 않은 혼란을 맞게 됐다. 갑자기 한 배를 타게 된 예비후보자들끼리 경선 룰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가 하면, 양당의 대표들이 합의한 ‘5대5 원칙’의 해석을 두고 새정치연합 측이 전북에 대해 지분을 요구해 올 것이라는 등의 소문들이 여기저기를 들쑤셨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들었다. 명분이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병사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이 흔들리지 않고 통합의 과정을 감내해 나가려면 내부의 지지가 절대적 요건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통합을 위한 길은 어렵고 험난하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크고 작은 갈등과 불협화음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한 과정이 될 테지만 설득하고 아우르면서 함께 가야 한다. 필자 역시 전북 도민들의 요구를 통합과정 속에 구현해 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길을 잃으면 민심을 보자. 민심의 지도 위에서만이 진정한 통합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