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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민주당이 가야할 길

 안철수의 등원으로 정치인 안철수와 민주당이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불안한 시선은 안철수가 아니라 민주당 쪽에 쏠려 있다. 대선 이후 출범한 비대위는 엄정한 대선 평가와 재건축 수준의 당 혁신을 이루어내겠다는 각오를 세웠었다. 그러나 비대위는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야권연대에서 비롯된 전략적 좌클릭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필자는 물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판단과도 매우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지속되는 장기불황으로 국민들의 가계 사정은 나날이 혹독한 겨울이다. 이렇다 할 기반산업조차 없는 지방민들의 삶은 더욱 그렇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목전에 놓여있는 도민들에게 좌우의 이념이란 사치에 가깝다. 민심은 단 한 번도 강 건너 유토피아를 원한 적이 없다. 오로지 지금 발밑에 강을 건널 수 있는 나룻배가 필요할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선의 패인도 거기에서부터 찾아야 하고, 당이 혁신해야 한다면 그러한 민심의 근본을 깨닫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라는 절박한 토양에 깊숙이 당의 뿌리를 내리는 일, 그것이 먼저일 것이다. 특히 전북은 그 안에서 더욱 더 소외되어 온 만큼 민주당이 도민들의 삶을 살피는 일은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렇다면 그 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 것인가? 단연코 ‘서민경제의 회복’이고 동시에‘지역경제의 회복’일 것이다. 특히 전북은 매번 당이 어려울 때마다 추상과 같은 의지로 당을 살려냈지만 당내에서조차 늘 소외된 자리를 면치 못했다. 예산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예결위 내 계수소위에서도 전북은 5년 동안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것이 도당위원장이 되자마자 전북의원을 계수소위에 넣는 일부터 착수했던 이유다.

현재 전북은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이라는 큰 과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선 때에는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호의와 열의를 보이던 여당이 조금씩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 때의 LH본부와 같이 눈 뜨고 밥그릇을 빼앗기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때늦은 규탄대회는 전북도민에게 더 지긋지긋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천년만년 새만금 얘기를 하는 시대를 끝내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새만금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야 173명의 공동 발의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직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문제가 남아있다.

전북도당위원장을 하면서 도내의원들의 단합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의 한계에 부딪히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변명과 핑계거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도민들이 듣고 보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 아니기에 해법 찾기에 더욱 불을 켜는 것이다. 전북에서 민주당은 여당이다. 민주당이 잘 못하면 전북은 언제나 직격탄을 맞았다. 과제는 분명하다. 민주당이 유능함을 입증하는 길, 그래서 도민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내일 모레면 민주당은 대선 이후 첫 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는 공허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지금 당장 무엇을 바꾸어야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준비해야 비전이 분명해지고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고, 나아가 그 속에 전북의원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당의 변화 속에서 전북의 몫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또 다시 뜬구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뿌리를 살피지 않으면서 굽은 가지만 잘라내서는 죽어가는 나무를 살릴 수 없다. 필자 역시 도당위원장으로서 안으로는 지난 대선의 패배와 낙후된 지역현실에 대한 도민의 상실감을 씻을 수 있도록, 밖으로는 민주당이 국민의 삶 속에서 희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있는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을 살리고 전북을 살리는 뿌리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