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포스트새만금시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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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회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제 더는 물러설 데도 없었다. 기다리던 법안이 올라왔다. 아침에 위원장과 야당 간사를 만나 재차 확답을 받아놓긴 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왜 나쁜 예감은 늘 적중하는지. 대체토론이 시작되자 야당 간사는 이미 해결된 문제들을 또다시 거론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나섰다. 알고 보니 우리당과 협상 중이던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가 김영철 관련 현안질의를 얻어내기 위해 발목을 잡으라고 한 모양이었다.

정공법 외엔 길이 없었다. 공개발언을 신청해 지난 3개월여 동안 법안 하나를 빌미로 야당이 요구해 온 온갖 부당하고 염치없는 거래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 원내지도부에도 새특법 추진에 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 달라고 항의했다. 새특법은 결국 그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잠시 안도감이 스치긴 했지만, 다시 걱정이 앞섰다. 전북의 현안을 처리할 때마다 매번 이렇게 곱절의 대가를 치르며 칼자루를 저들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

필자는 오래전부터 전북이 포스트새만금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새만금사업은 솔직히 전북의 희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굴레이기도 했다. 매년 전북 예산의 7할을 쏟아 붓고도 진전이 있기는커녕 늘 부족하기만 했던 새만금사업 때문에 전북은 대규모 신규사업이란 꿈도 꿀 수 없었다. 새만금을 넘어서지 않으면 전북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청와대 내에 새만금을 담당하는 비서관도 별도로 신설되고, 지난주 새특법이 통과되면서 실질적인 실행기구 역할을 하게 될 새만금개발공사 설립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새만금사업이 전북이란 항구를 떠나 국책사업으로서의 항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전북도 새만금을 넘어 새로운 비전과 사업을 전개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도 역시 마음이 바빴는지 야당의 타깃이 되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새특법이 법사위 문턱을 채 넘기도 전에 전북의 현안이라며 또 다른 법안들을 들고 찾아왔다.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물꼬를 터온 새로운 사업 관련 법안들이었다. 그런데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그 법안들이 전북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순간 또다시 새특법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아찔했다. 나름 비전과 구상은 새롭게 변해가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전략은 여전히 과거 지역논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환경이 바뀌었다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에 포스트새만금시대를 열어준 이번 새특법의 통과는 우리가 변화된 정치적 지형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교훈을 안겨주었다. 야당일 때야 어차피 여당이 먼저 챙겨줄 리 만무한 사업들을 억지로 추진해야 하다 보니 일단 지역논리부터 앞세우고 우리끼리 힘을 뭉치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여당이 된 지금은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와 수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이 야당의 본능인데 야당의 반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지역논리를 앞세워 야당에 반대할 빌미를 일부러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무릇 큰 과실을 얻고자 한다면 큰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 법이다. 이번 기회에 단지 마을 하나 먹고 살만한 소소한 사업 몇 개 얻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전북 발전의 발판이 될 만한 대규모 사업들을 무리 없이 장착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 맞는 명분과 전략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전쟁의 최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다. 야당의 반대를 억누르는 지역논리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야당도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논리와 전략이 절실하다.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전북에서만 싸안고 있던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인정받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치밀한 전략과 준비로 포스트새만금시대를 전북의 제2전성기로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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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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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제가 되어야 할 평창올림픽이 정쟁의 프레임 속에 갇혀 이념논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결정되자, 보수 야당과 언론은 남북 선수단이 들고 입장할 한반도기부터 문제 삼기 시작하더니 북한의 대규모 응원단 및 공연단 파견을 두고는 평양올림픽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모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남북 단일팀 구성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6년 전 2013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시절엔 북한에 서신을 보내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간청했던 당사자다. 그들의 비판논리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 관련 이슈가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다. 분단국가로서 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것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이자 세계 최초이니 그렇지 않아도 딱히 흥행거리가 없었던 평창올림픽의 이슈 블랙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최근까지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해 있지 않았는가. 18년 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동시입장만으로도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그 때도 이루지 못했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뤄낸 이번 평창올림픽의 역사적 함의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이해에만 매몰돼 분단 이후 남북평화를 위해 면면히 이어 온 인내와 노력의 역사는 전부 무시한 채, 평창올림픽이 북한 체제선전에 이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평양올림픽이라 매도하고 단일팀 구성까지 맹비난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치인이기 이전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

북한이 공연단을 보내고 마식령스키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북한체제에 감화될 자가 어디 있겠으며,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만 있고 남한을 바라보는 북한의 시선은 없단 말인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통해 우리의 경제력과 문화적 수준을 제대로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은 안하는 것인가, 못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들이 종국적으로 제기하는 문제, 즉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한낮 쇼에 불과하며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문하고 싶다.

북한의 비핵화가 올림픽 참가 한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6자회담이나 대북제재로 유수의 강대국들이 왜 골머리를 앓겠는가. 어려운 시험일수록 교과서도 보고 문제집도 풀고 잘한다는 강의도 들어봐야 좋은 점수를 얻는 법이다. 보수 야당의 주장은 그야말로 교과서 본다고 1등하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보느냐는 것과 같은 논리다.

우리 헌법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대통령에게는 이를 위해 성실히 노력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평화통일을 포기하는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국가는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만,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선수팀과 충분한 합의절차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과정에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겪었을 좌절감과 분노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남북화해와 세계평화라는 명분이 아무리 거창하다 해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선수들 한명 한명이 흘린 땀과 눈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요할 순 없다. 정부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을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들과 함께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젊은 청년들의 고단하고 우울한 현실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선수들과 청년세대들의 아픔과 땀방울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평창올림픽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문재인 정부를 위한 것도 아니고 북한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평창올림픽은 2003년부터 온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공을 들여 유치한 우리들의 축제고 세계적인 축제다.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남북화해와 경제도약의 계기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키고 말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며, 곧 우리 국민 모두의 성공이다. 아울러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될 세계잼버리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든든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지금은 여야를 떠나 정쟁과 이념의 잣대는 잠시 내려놓고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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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2018년을 전북의 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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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면 작년 이맘때쯤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물결이 눈앞에서 넘실거리는 듯하다. 시민의 힘으로 시대의 물길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불과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 년 전 그 때가 까마득할 만큼. 모든 것이 한 번에 이상적인 상태로 탈바꿈할 순 없을 테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동안 굽어있던 질곡의 상처를 치유하며 불의와 갈등의 시대를 넘어 정의와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정도를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2018년 국가예산 65천억을 확보함으로써 6조원 시대를 연지 5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돌파했다. 특히 정부의 예산 자체가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주요사업이라 할 수 있는 SOC예산은 대폭 감축하겠다는 기조까지 세웠던 터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결과는 아니었다.

 

더 주목할 만한 성과는 그 동안 전북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받아 왔던 여러 사업들이 거의 대부분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비롯해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 조성이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건립 등은 그 중 일부가 심지어 전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 때마다 번번이 퇴짜를 당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비록 부처가 편성한 정부 예산안에 담기진 못했지만 국회 단계에서 전북 정치권의 단합된 정치력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북도는 이를 두고 드디어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설움과 분노의 시간을 견뎌 온 전북도민들이 아니고서는 누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으랴. 필자 역시 가슴 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전북도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정부 요직은 물론 각 부처 핵심라인 곳곳에 전북인사들이 포진하게 된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실제 모 일간지의 각 정부별 파워엘리트 그룹의 지역출신 분석에 따르면, 전 정부 하반기에 13.8%에 그쳤던 호남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26.3%로 증가했다. 호남출신 중에서도 전북은 34%로 광주나 전남과도 대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부처에 선 하나 대는 일조차도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이젠 한 두 다리 건너면 말이 통하는 것도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전북에도 볕들 날이 오고 있다. 2017년이 해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간판을 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였다면 2018년은 본격적인 개업을 위해 메뉴도 개발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시기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새만금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공사 설립을 위해 특별법도 통과시켜야 하고, 안전보호융복합제품산업에 관한 예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안착시켜야 한다. 전북의 포스트 새만금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신산업 발굴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이끌어 온 촛불의 시대를 넘어 정치가 이러한 변화를 견인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반복해왔던 갈등과 반목의 구태를 청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변모해야 한다. 무엇이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인지 고민도 없이 갈등부터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현장에 나가서 사진 몇 장 찍고 권력 실세 만나서 부탁했다는 홍보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박 겉핥기식 정치로는 더 이상 새 시대를 열어나갈 수 없다. 정치권에 있어서는 2017년이 밖으로부터의 개혁이었다면 2018년은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요구되는 시기다. 부디 새해에는 상생의 정치, 책임의 정치로 다 같이 힘을 모아 2018년을 전북의 해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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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전북에는 전주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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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당시 헌재는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나름 법조인으로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관습헌법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더욱이 관습헌법이 성문헌법보다 우월하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습'이라는 말은 그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착화된 헤게모니'와 다르지 않은 말로 들렸다.

 

그 관습헌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의 헤게모니라는 것이 감히 헌법이라는 지위를 얻을 만큼 막강하다는 것도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식의 '관습'적 헤게모니가 비단 서울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엔 서울만 있느냐는 탄식은, 호남에는 광주만 있는가, 전북에는 전주만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층위만 달리한 채 그대로 전이된다. 국책사업을 하든지 시범사업을 하든지 일단은 서울과 수도권이 몇 개를 선점하고 난 후 남은 몫을 지방으로 하나씩 안배해 주는 것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 지방 몫을 차지하는 곳은 으레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들이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면 호남의 수도는 광주, 경남의 수도는 부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조차 '수도'를 벗어나 주변부 신세를 면치 못하는 지역들은 늘 이중차별의 벽이 서럽고 한스럽다. 필자가 예결위 간사를 하며 익산에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려고 했을 때 호남에 익산도 있었느냐?”는 부처 관계 공무원의 호기로운 질문이 더 아프게 들린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다시 예산시즌이 돌아왔다. 도에서 제출한 주요사업 목록을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아직 예산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전주시에 배정된 사업은 가짓수만 치더라도 다른 지자체들 평균치의 두 배가 넘었다. 전주에 배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사업내용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왜 전주인가가 아니라 왜 전주가 아니면 안 되는가이다.

 

돌아오는 답변은 늘 한결같다. 인구가 가장 많으니 사업 타당성이나 수익성이 좋게 나온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해온 이 논리 덕분에 전북 면적의 2% 남짓에 불과한 전주에 전북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고 있다. 지방의 인구 자체가 적어서 심각성을 못 느낄 뿐이지 비율로만 본다면, 전국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보다 훨씬 더 심각한 편중이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서 예산을 준다는 것은, 체급이 크니 메달을 준다는 식의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몰가치적인 정책결정기준이다. 비용편익분석만으로 정책결정을 한다면 알파고한테 맡기면 되지 굳이 왜 선거를 통해 민의를 수렴하겠는가. 지방의 도민들도 대통령을 뽑았고, 전주에 살지 않는 도민들도 도지사를 뽑았다. 전기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동네 주민들도 조금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서울 강남에 사는 주민들과 똑같은 한 표를 던졌을 것이다.

 

새 정부가 약속한 개헌의 주요쟁점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헌법규정에 구현해내기 위해선 단합된 지방의 힘이 절실하다. 지방의 목소리가 단결되지 못한다면 선언적인 원칙을 확인하는 데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서울의 수도권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기에 앞서 전북의 자화상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서울도 전주도 아닌 주변부에서 소외되어 온 주민들은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을 비판하기에 앞서 전주 중심의 전북은 과연 뭐가 다른가를 먼저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이중차별의 한을 뼈아프게 겪어 온 전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북이 먼저 선구적 모범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촉구한다. 관습헌법의 틀은 어떻게 깨는 것인지, 비용편익비율보다 더 중요한 예산배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전북에는 전주 외에도 기회만 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역들이 얼마나 많은지, 전북이 먼저 보여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지방분권의 당위성은 없을 것이다. 전북형 지방분권이 선진적 모델로 소개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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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수권을 넘어 혁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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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취임한 지 4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북한의 도발과 살충제 계란사태 등 만만치 않은 고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7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50%대의 지지율을 사수하며 더 없는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조차 의아해 할 만큼 강고한 지지세다.

 

이유가 뭘까? 민주당에 갑자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묘한 재주라도 생긴 것인가? 달라진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은 정치의 주체적 존재로서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들은 콘크리트 지지율만 믿고 장기집권의 시나리오를 꿈꾸던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길을 잃고 정박해 있던 민주당이라는 배를 거대한 민심의 물결 위에 띄워 올렸다.

 

요지부동의 지지율은 정부와 여당의 현재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앞으로 이뤄내야 할 개혁과 혁신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요구이자 기대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는 역으로 민심의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언제든 전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의 운명이고 현주소다.

 

그 첫 번째 파고가 6.13 지방선거다. 촛불민심의 시발점은 정치개혁이었다. 지방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지방에선 중앙정치에서 답습한 폐해에 더하여 지역 토착적 비리와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피로감이 더 높고 예민하다.

 

이에 대해선 중앙정치권의 책임도 절반을 넘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의석수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당선가능성이 늘 최우선으로 고려되었다. 참신함이나 개혁성은 입당원서의 두께를 넘어서지 못했고, 지역과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이력은 화려한 프로필 앞에서 좌절되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지 몇 석을 더 얻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촛불민심이 온전히 구현되는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전국적 발판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이번 선거의 지상과제다. 감독만 바뀐다고 경기에서 이길 수 없듯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정책을 함께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지방정부와 민심에 부응하는 지방정치의 혁신을 이끌어나갈 지방의회를 갖추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와 함께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개헌의 중요 쟁점 중 하나가 지방분권이다. 지방 정치권의 개혁과 쇄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자치권을 강화하는 지방분권 역시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6.13지방선거를 위한 당의 공천기준이 지금까지와는 반드시 달라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보니 출마하겠다는 입지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당명조차 표시하길 꺼려했던 4년 전에 비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자연스레 세간의 이목도 내년 6월의 선거결과보다는 민주당의 공천과정에 더 쏠리고 있다.

 

정권교체는 촛불혁명의 완수가 아니라 시작이었다. 민주당이라는 배를 띄워준 것이 민심의 물결이었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인 항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민주당의 몫이다. 이제 수권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걸 맞는 혁신을 이루고, 가치를 넘어 국민들의 삶을 바꿔내는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길이자 민주당의 내일을 약속받는 길이다.

 

필자는 6.13 지방선거의 총 지휘를 맡게 된 책임자로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인물을 낙점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그러한 본령 속에서 찾을 것이며, 이번 선거가 전북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구태를 뿌리 뽑고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는 탄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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