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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국립익산박물관 로드맵 준비

 

작년 이맘 때 쯤 인가 국립중앙박물관 담당과장이 사무실로 찾아왔었다. 익산미륵사지 박물관의 승격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백제문화권의 박물관을 하나 더 둘 순 없다는 논리였다. 문화적 감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지역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닌 그저 관료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문화국가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문화정책 자체가 척박해진 지금의 환경에서 국립익산박물관 건립의 결실은 진흙 속에서 핀 연꽃과도 같다.

다음 달 전북과 익산시 의회가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승인하게 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곧 현상설계공모에 들어갈 것이다. 약 1만2000평의 부지에 연면적 3000평에 달하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대규모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약 415억 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박물관 운영을 위한 조직 신설이나 총사업비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도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앙박물관의 추진계획이 이대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1/4분기 내에는 국립익산박물관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7년 전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과연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 얘기치 않게 명암이 뒤바뀔 때마다 머릿속에서 박물관을 수없이 세웠다 부쉈다를 반복하며 보내온 시간이었다.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지역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의 첫 번째 사업주제도 익산박물관이었고, 예결위 간사를 맡았을 때 해당 지역구도 아니지 않느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역민원 일순위로 올린 사업도 익산박물관이었다. 필자가 이토록 박물관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 것은 국립익산박물관은 박물관 이상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가리켜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가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동인이라는 말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익산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2.5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하는 관광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내놓고 있다.

며칠 전엔 왕궁리 유적에서 백제시대의 수라간으로 추정되는 터가 최초로 발견돼 겹경사도 생겼다. 백제뿐만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 양상까지 유추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백제문화를 실증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입증된 것이다.

여기에 국립익산박물관은 화룡정점이다. 익산 미륵사지의 사리장엄은 물론이고 유적지 곳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해 놓음으로써 익산의 백제문화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다. 사람들은 박물관을 중심으로 관광코스를 둘러볼 것이고 학생들은 박물관에 와서 백제문화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무엇보다 백제유적지구 중 유일하게 왕궁터가 발견된 익산이, 4대 고도 중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는 곳이라는 점도 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국립익산박물관의 건립으로 익산 백제유적지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고, 이로써 익산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백제 고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2019년 10월이면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을 한다. 세계문화유산이 된 백제유적지구와 함께 전북 관광산업의 커다란 두 개의 축이 마련되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는 물론 익산과 전북의 관광산업전략을 위한 본격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때다.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잡을 수 없다.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전북과 익산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