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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기금운용본부, 다시 한 걸음부터

국민연금법이 어제 법사위를 통과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일 복지위 소위에서도 난항 끝에 의결이 됐고 여야의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법사위로 넘어 온 다음은 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정국은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대선개입의 국정조사 문제로 위태로운데 설상가상으로 국민연금법이 상정될 예정이던 전체회의 이틀 전에는 NLL관련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는 바람에 파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법안 상정은커녕 개회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천당과 지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 말을 여느 때보다 실감한 며칠이었다. 아직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이 레이스는 현재진행형이다.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일주일 내외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안팎에선 2년 전 악몽이 거듭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의 악몽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기억은 바로 어제처럼 생생했다. 도민들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위로하기 어려웠다. 정부가 LH 본사를 진주로 이전하겠다고 확정했을 때 필자는 할 수만 있다면 진주로 가서 몸으로라도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보상책으로 제시된 것이 국민연금공단 이전이었다. 그런데 그 마저도 정부는 차 떼고 포 뗀 빈껍데기만 가지고 허울뿐인 생색만 내려고 했었다. 그래서 도당은 민주당 대선공약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일괄이전을 제안했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급기야 현수막을 내걸고 개정안을 마련하게 된 이면의 전사였다. 그럼에도 막상 당선이 되자 약속은 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렇게 패색이 짙었던 전선에서 정 총리의 발언은 오히려 도내 세력을 응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복지위에서 고군분투를 하던 김성주의원의 노고는 소위 합의에 이어 복지위 통과라는 결실을 이루어냈다. 필자 역시 당 지도부에 이 문제가 전북만의 사안이 아님을 강조하며 당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내 줄 것을 수차례 당부했었다. 어디 그 뿐이랴. 전북의 모든 시도의원들의 숨은 공로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정치권에서 이 모든 것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민들의 간절한 열망과 한결같은 의지가 일등공신이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문제는 단순히 건물 하나 짓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지방균형발전전략에 있어서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고, 전북으로서는 서울-부산에 이어 금융허브의 3대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만 그 규모가 약 380조에 달해 세계 4대 연기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에 따라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기업들 역시 유수의 대기업들을 포함해 220여개가 넘는다. 따라서 금융도시로서의 인프라 확충은 물론이고 연관된 각 자산운용사들 및 해당 기업들의 전북 이전 효과로 인해 일자리 확대 및 주택수요 증가, 막대한 세수 확보 등 상당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설령 이것이 부풀려진 낙관적 전망이라 하더라도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으로 전북이 당장 천지개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이 전북의 지역경제를 도약시킬 발판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업 단계별로 건건히 예산을 확보할 때마다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고 본부 이전에 수반되는 각종 지원시설이나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수많은 갈등과 이견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첫 걸음을 뗐던 그 순간부터 쉬운 길이라 예상하지 않았던 만큼 필자를 포함한 전북 정치권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전북은 이제 패배하고 빼앗겨왔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이번 기금운용본부 유치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그간 도민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큰 응원과 지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