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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칼럼/기고

[국회보] 무변촌 변호사, 약자를 변호하는 국회의원으로

이춘석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전북 익산 갑)

 

 

지난달 칭찬주인공이었던 한기호 의원은 다음 칭찬주자를 두고 “처음엔 밋밋하지만 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음식처럼, 알면 알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비록 당이 다르고 살아온 경험이 달라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반대 의견이라 할지라도 항상 경청하고, 소신을 지키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줄 알기에 존경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 이춘석 의원, 그가 이번 달 ‘칭찬합시다’의 주인공이다.

이춘석 의원은 “칭찬받을 일도 없는데, 부끄럽다”면서 “칭찬받을 일을 많이 하라는 뜻으로 알고 열심히 해야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기호 의원과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올해 초 한·나이지리아 친선협회 차원에서 양국 협력방안 논의로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게 됐는데,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인 보코하람의 연쇄 폭탄 테러로 나이지리아에서 3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시기였습니다. 나라 전체가 비상사태였죠. 공식적인 회의를 제외하고서는 숙소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좁은 공간에 모여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라를 걱정하다가 가족 얘기로 주제를 옮겼다가 또 다시 국회현안 논의로 이어졌다. 당은 달랐지만 그때만은 여야가 따로 없었다.
“힘든 여정을 함께 해서인지 짧은 시간에 급속히 친해지게 됐어요. 지내다보니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넘치는 분이더라고요. 소위가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참석해 발의한 법안을 가지고 조목조목 해법을 제시하며 이 법이 왜 필요한지 열변을 토하면서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셨죠. 그때마다 ‘아, 정말 저 법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노력했구나’라는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지요.”

 

 

당 대변인 시절, 안동 구제역 누명 벗게 해줘
변호사 출신인 이춘석 의원은 17대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초선의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당 대변인, 3년 연속 원내부대표, 각종 특위위원과 법사위 간사 등 중책을 맡았다. 구제역 사태, 언론법, 스폰서 검사 등 굵직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날카로운 지적과 과감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무변촌이었던 제 고향 전북 익산에 제1호 변호사 사무실을 처음 내고 무료법률상담을 할 때였습니다. 변호를 원하는 분들은 상담 분야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억울한 사연들이 많았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무료 변론과 사회봉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 평생을 함께해 온 지역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정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 의원은 “‘정말 정치인이 되길 잘했구나’라고 느꼈던 계기가 있었다”고 했다. 2010년 당 대변인 시절, 온 나라가 구제역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당시 정부는 베트남여행을 다녀온 안동농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 사실을 이 의원이 밝혀냈다.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경북 안동시의 바이러스 유전자 중 99%가 홍콩과 러시아와 일치하지만 정부가 이를 알고서도 베트남 발생주와 가깝다고 밝혀 사실을 은폐했지요. 아무 죄도 없는 축산농가에 책임을 전가해, 안동 지역 전체가 무너지기 직전이었죠.”
그 뒤 의원실로 안동 지역 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누명을 벗게 해줘 고맙다’, ‘같은 지역도 아닌데 다 죽어가는 우리 지역 살려줘 감사하다’며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변호사 시절, 약자를 대변하면서 느꼈던 행복을 그때 다시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게 된 것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춘석 의원이 칭찬하는 권성동 의원(왼쪽)

형님, 아우하며 막역한 사이. 권성동 의원
이춘석 의원은 다음 칭찬 주인공으로 법사위에서 함께 활동했던 권성동 의원(새누리당, 강원 강릉)을 추천했다. 권 의원을 “내가 아는 국회의원 중에 가장 유연한 사고를 지닌 분”이라고 소개했다.
“현안이 주어지면 다른 의견이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권 의원이 그런 분입니다. 고지식하게 한 쪽에 얽매이지 않고,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빨리 바꿔 해법을 찾죠. 항상 ‘국회에서 권 의원과 함께 논의하면 아무리 어려운 협상도 못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농담으로 얘기해요. 형님, 아우로 막역한 사이라 세미나, 간담회를 개최하면 꼭 서로 참석해 축사를 빼놓지 않지요.”

약자와 서민은 나의 정치적 자산
이춘석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약 78%의 압도적인 지지율이었다. 그는 “호남지역이라서”라는 겸손한 대답과 함께 자신을 믿어준 지역구민들에 대한 감사를 빼놓지 않았다.
“변호사 시절, 무료법률상담을 하면서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저의 정치적 자산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지난 추석에 택시기사분이 갑자기 ‘국회의원은 하는 일도 없는데, 추석 보너스 좀 나눠 갖자’고 하시는 거예요.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국민에게 희망이 없는 정치가 아닌 약자와 서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정치를 해 그들이 보상을 받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 겁니다.”

글_윤성혜 / 사진_김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