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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가짜 민생의 복면을 벗어라

서울광장에 난데없이 가면행렬이 넘실거렸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2차 민중총궐기대회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복면시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자국의 국민들을 테러집단으로 몰아세운 독단에 대한 국민들의 재치 있는 화답이었다.

말로만 서민경제 살리겠다는 정부

수만 명 시민들의 목소리는 서울광장을 꽉 채우고도 남았지만 경찰들의 차벽보다 더 차갑고 완강한 청와대의 벽을 넘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집회가 있었던 다음 날 새누리당 지도부를 또다시 청와대로 소환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화법으로 우리 경제가 죽기 전에 치료를 해 살려내야 한다면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강력히 주문했다. 새누리당 역시 그 날로 단독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야당이 이에 동의해 줄 리가 만무한 상황이지만 여당의 단독 날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액션을 취한 것은 다음 단계를 위한 포석이었다. 청와대는 아마 국회의 직무유기론 2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법 두 가지가 바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기업활력제고법이다. 전자는 의료나 교육, 금융 등 공공서비스로서 보호해야 할 분야의 민영화를 지원하는 법안이고, 후자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촉진·지원하는 반시장적 법안이다. 이 법안들은 정부의 진단대로 위독한 상황에 놓인 지금의 국민경제를 살리기는커녕 그나마 간신히 연명하고 있던 환자들의 산소호흡기마저 빼버리겠다는 처방이다.

대통령께서 법안만 통과되면 일자리가 금방 생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신 노동개혁 법안들 역시 여전히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과 파견근로자들을 더욱 확대·양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젊은 청춘을 저당 잡힌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법안들을 내세우며, 정부는 민생경제를 살리려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호도를 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렇게 두꺼운 복면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정부와 여당의 민낯은 야당이 제안한 법안들을 논의할 때 더욱 천연덕스럽게 드러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일정비율의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촉진법, 대기업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 업종을 보호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 그리고 사회적경제기본법들은 모두 야당이 요구한 민생법안들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고, 이유는 논리가 아니라 기조였다. 정부와 여당이 고사 직전의 민생을 정말 살리고 싶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삶 돌보는 자세를

해외 외신들조차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며 독재의 길을 가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눈에는 복면만 보이고 복면 너머에 감춰진 우리 서민들의 아픈 현실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이번엔 국민들이 가면을 쓰고 나왔으니, 가면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전에 가짜 민생의 복면을 뒤집어쓴 정부의 민낯부터 열어 보여라. 목 놓아 부르짖은 하소연이 내팽개쳐진 것도 억울한데, 이것이 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가면놀이에 들러리까지 세울 작정인가. 이것이야말로 차마 국민들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 일이다. 국회와 정치권이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가 국민의 삶을 돌보기 위한 것이라는 말씀,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