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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곶감만 빼먹지 말고 감나무 심어야

필자는 진보나 보수와 같은 어떤 이념적 바탕 위에서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다. 시골농촌에서도 넉넉지 못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등록금조차 내 손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공부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에서의 짧은 변호사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간 것은 힘들어도 도움 청할 곳 하나 마땅치 않던 이웃들부터 도와야겠다는 소박한 소망에서였다.

전북·익산의 성장동력 장착에 주력

그런데 시골 깡촌의 변호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도 먹고 살만한 세상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전 남 일 같이 여겼었던 정치에 선뜻 발을 들여놓았다. 이는 필자가 특별히 영웅심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필자가 처한 환경이 부여한 일종의 숙명 같은 게 아닌가한다. 더욱이 필자가 태어난 고향은 호남지역 중에서도 더 소외받고 그늘져 있던 전북이 아닌가.

지난 8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전북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 보며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호남과 전북이 배출한 걸출한 지도자들이 여럿 있었고, 정권을 잡아 여당의 수혜를 누린 세월도 10년이건만, 전북은 여전히 낙후된 지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호남 시민들에게 언제나 빚을 지고 있다고 하면서도 호남 시민들의 지지를 곶감 빼먹듯 빼먹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필자 역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18대 초선 시절 임기 초반에 KTX역사 기공식 초청장을 받고 설계도를 살펴보니 지상역사가 떡 하니 동서지역을 가로막고 서있는 것을 보고 공사 자체를 중단시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5년여를 싸운 끝에야 KTX역사는 마침내 동서를 연결하는 선상역사로 완공될 수 있었다.

국립박물관 승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광위원장까지 지낸 의원들이 여럿 있었지만, 국립박물관 승격은 단 한 보도 나아가지 못했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이번에 이 문제를 직접 풀고보니 그 내막을 알게 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만 움직여서 될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를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문제이기에 마음을 먹고 사활을 걸지 않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혹자는 지역구도 아닌 일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거느냐고 했지만 지역구야 국회의원들의 경계일 뿐이지 익산시민들의 삶의 터전에 갑을이 따로 있겠는가. 국립박물관 승격은 익산 문화관광산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후로도 필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전북과 익산의 성장동력 산업들을 장착하는 데에 주력했다. 이번 익산 예산에 디자인융합벤처창업학교 설립과 3D 휴대용 스캐너개발산업을 찾아 악착같이 신규로 반영시킨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책임감 가지고 지역 발전 위해 헌신

정치권 안팎이 어지럽다. 필자 역시 수만 갈래의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을 여닫는다. 그러나 그 황망한 갈등 속에서도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있다. 호남정치인으로서 곶감 빼먹는 정치는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북 시민들은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민도와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호남의 정치인들이 예뻐서 뽑아주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호남의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보다도 두 배 세 배의 책임감을 가지고 피나는 노력으로 호남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것이 호남 시민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