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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일보]사법부, 추적자의 반전을 기대한다 “빵! 빵! 빵!” 근엄하고 정숙했던 법정에 연이어 총성이 울려 퍼졌다. 여고생을 살해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던 그 순간 피해자의 아버지는 법과 원칙이 실종된 법정에서 오로지 진실을 묻기 위해 스스로 검사가 되어 피고인에게 총구를 겨눠야 했다. 이것은 얼마 전 자체 내 최고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드라마 ‘추적자’의 첫 장면이다. 돈과 권력이 시키는 대로 조작된 증거와 강요된 증언으로 점철된 재판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됐던 히틀러의 기요틴과 다르지 않았다. 그 위에선 힘 있는 자의 명령과 힘없는 자의 복종만 있을 뿐 진위에 대한 입증이나 판단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수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권력과 자본의 탐욕적 폭력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논픽.. 더보기
[전북매일신문]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5공 청문회와 함께 유행했던 말들이다.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치러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도 이 매뉴얼을 차례로 돌려가며 기계적인 답변을 하고 있었다. 청문회장에서는 여야의 청문위원들이 교차로 질의를 하게 되어 있어 공수가 바뀔 때마다 후보자를 둘러싼 숱한 의혹들이 파도처럼 일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의 수위가 정해지지만 그 당시 청문회만큼은 달랐다. 검찰총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끝에 자진 사퇴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퇴가 벌어졌다. 외형은 자진 사퇴였으나 내용은 막다른 골목에서 사퇴가 불가피했던 만큼 사실상 ‘낙마’였다... 더보기
[전라일보] 다시 먹고 사는 문제다 요즈음 ‘뿌리 깊은 나무’라는 사극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의 치적을 새삼 강조하는 것이 식상할 법도 한데 극은 세종의 한글창제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종의 한글 창제는 문(文)의 독점을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던 국가권력의 독점체제를 해체하는 것이었으며, 피통치자로서 권력의 장 밖에 소외되어 있던 백성들을 장 안으로 끌어들여 국가의 근간 즉, ‘뿌리’로 삼고자 한 것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이 사극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오늘날 권력의 상징은 무엇인가. 단연 ‘자본’ 즉, 돈이다. 국회의원도 4년이 지나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하고 일국의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면 권좌에서 내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