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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센터/신문기사

[전북일보] 민주당 이춘석에 거는 기대

온 국민을 감동시킨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4년 동안 굵은 땀을 흘려 온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들의 선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선수들이 메달을 따느냐 마느냐, 메달이 무슨 색이냐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더욱 열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100일 뒤에 실시되는 4년 주기의 지방선거로 급속히 쏠릴 것이다. 올 지방선거는 그동안의 선거와 다른 양상이 특징이다.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제3의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제1야당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오즉하면 독자노선을 표방한 신당에게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줘서는 안된다’며 연대론을 제기할까.

전북의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이춘석 도당위원장. 최근 이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그는 “도지사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강봉균 후보에 지면 민주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이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호남에서조차 신당에게 지면 당의 존립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 간판까지 거론한 경우는 처음이다. 정면승부의 배수진으로 그 자세가 당당하다.

그는 정동영 고문의 차출론도 반대했다. 당사자가 도지사 출마를 부인하고 당 지도부도 그럴 일이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김연아가 잘한다고 김연아만 계속 뛰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로 새 인물 키우기를 역설했다. 신당에게 크게 밀릴 경우를 가정해 “정동영 고문이 출마하려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배짱이 두둑하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신당과의 연대론도 반대했다. 둘이 힘을 합해 하나를 이기는 방식은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독으로 선거전을 펼치고 그 결과에 따라 당의 체질을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야권이 여당에 패하면 철저하게 서로의 책임을 묻거나 정계개편으로 야권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치의 정석이자 바른 수순이다.

이춘석의 말은 ‘다 이겼던’ 총선과 ‘이길 수 있었던’ 대선 패배에 대한 진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지는 것이 국민의 심판이라면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데 목적을 둬서는 안되고 대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1인의 권력을 300명 국회의원조차 당해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 대한 통찰이 엿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대선을 향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빼앗긴 중앙권력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사실 몇 번의 선거 패배로 모든 정당의 수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다시 믿음과 확신을 심어주는 노력으로 훗날을 기약하면 된다. 정당정치의 선순환이자 새누리당도 그렇게 당을 살려내 연속으로 정권을 잡았다.

이번 소치올림픽의 최고의 감동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 달린 여자 쇼트트랙 박승희 선수의 오뚝이 레이스다. 정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패했어도 당당히 일어나 여당과 싸워야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감동을 느끼고 손을 내민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당장 살겠자고 연대를 구걸하는 승리 지상주의에 매몰되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전북에서나마 ‘이춘석의 방향’에 기대를 거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