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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낼셜 뉴스]상임위 “법사위 월권 막아야”.. 체계·자구심사 폐지 ‘견제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위상 축소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 의원들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제도를 폐지하는 등 일반 상임위로 전환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 동료 의원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법사위 측은 상임위별로 올라온 법안들의 이해관계 충돌 시 조정 기능은 불가피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담당하는 별도의 기구를 신설, 법사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사위 월권 논란 반복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민주당 이목희 의원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최근 새누리당 정희수·박민식 의원도 법사위의 기능 축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본지가 사전입수한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정 의원은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제도를 폐지하고, 각 소관 상임위가 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 내 법제전담기구의 의견을 들어 법률안의 체계·자구에 관한 검토를 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마치면 소관 상임위에 회송토록 했다. 이때 법사위의 심사 결과가 체계·자구 심사를 벗어나 내용까지 바꿈으로써 본래 법안 취지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법사위의 심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이번주 중 공동발의 의원들의 서명 작업을 완료하는 즉시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사위는 법원, 법무부, 감사원 등을 소관하는 업무만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법사위의 일반 상임위 전환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임시국회 때마다 되풀이되는 법사위의 월권 논란 때문이다.

현재 각 법률은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그리고 본회의 의결이라는 3단계의 입법 과정을 거친다.

이때 법사위는 체계·자구의 관점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입법 취지가 변경되거나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동료 의원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19대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상원(上院)과 같이 다른 상임위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가 단순한 체계·자구 심사의 범위를 넘어서 법안의 내용까지 고치며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예컨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경우, 법사위가 과징금 규모 등 양형체계를 대폭 손질하면서 또 다른 실효성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의장 직속 별도 기구 신설"

그러나 법사위 측은 법의 완결성과 위헌성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해서 체계·자구심사 기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사위 소속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각 상임위에서 올라오는 법안들은 다른 법과의 충돌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정치적 합의에 따라 패키지 형태로 올라오는 법안들까지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법안들이 체계·자구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될 경우, 위헌법률심판 건수가 늘어나면서 입법부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야당 간사로서 법안심사제2소위원장을 겸임, 타 상임위 소관 법률을 다루다 보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거나 위헌소지가 있는 법안들이 많다"며 "이 경우, 양형체계나 자구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 의회의 경우처럼, 국회의장 직속으로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입법 품질 관리 차원에서 헌법의 합치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자구 심사 기능은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의 법사위 체제보다는 미국 의회처럼 제3의 기구를 만들어 별도의 전문 스태프를 보강해 의원들의 자문에 응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